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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월드]숨과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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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같이 화가 나거나 긴장을 했을 때 심장은 빨리 뛰고 호흡이 거칠어지면서 숨이 짧아진다. 이럴 때 숨을 깊게 내쉬고 들이마시면 조금은 화가 누그러지거나 긴장이 완화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생활 속에서 깊은 고민이 있을 때 한숨을 쉬고 나면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다든지, 큰일을 앞에 두고 있을 때 심호흡을 하면 마음이 안정되고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은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이렇듯 숨은 감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다
낭랑한 목소리에 유난히 맑은 눈빛이 인상적인 김옥자 씨(63세)는 올해로 14년째 호흡수련을 하고 있다. 수련을 하고 나서 저절로 콧노래가 나올 정도로 행복하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는 그녀에게 호흡수련을 권한 사람은 바로 그녀의 남편이었다.

27년 전 남편은 병원에서 평생 가져가야 할 병이라며 갑상선 암을 진단받았다. 그러나 남편은 병원치료와 단전호흡을 병행하면서 병이 완쾌됐다. 병원에서는 놀라운 일이라고 했고, 김옥자 씨는 ‘마음이 달라지니 병도 낫는구나, 숨 쉬는 게 중요하구나’ 하는 정도로 어렴풋이 호흡의 중요성을 느꼈을 뿐이었다.

호흡수련을 하면서 내성적인 남편의 성격은 밝게 바뀌었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몸이 단단하고 안색이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한다. 그녀의 남편은 27년 전부터 지금까지 매일 5시에 일어나자마자 꾸준히 단전호흡을 하고 출근을 한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정말 몰라요”라며 말문을 연 김옥자 씨는 “예전에는 가슴으로 얕은 숨을 쉬었는데 호흡수련을 하고 나서는 숨이 깊어지고 차분해져서 마음도 안정되고 많이 침착해졌다”고 한다. 누가 건드리기만 해도 신경질적이고 화를 잘 내던 성격이 몰라보게 변했다는 것이다.

“지금도 가끔 ‘욱’ 하고 올라오는 성격이 나오지만 그때마다 호흡을 깊게 내쉬고 들이마시면 열 받은 감정이 아지랑이처럼 엷어지면서 공격적인 생각이 가라앉고 마음이 한결 편해져요.” 그러나 가장 많이 달라진 건 생각의 폭이 넓어진 것이라고.


“호흡수련을 하기 전에는 봄에 꽃을 봐도 ‘봄이니까 핀 것’ 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자연의 순리에 따라 봄에 핀 꽃이 정말 아름답고 고맙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물의 깊은 곳에까지 생각이 미치게 되더라고요. 또 물건을 살 때도 마찬가지예요.

두 가지 물건을 두고 무엇을 사야 할지 고민이 될 때 깊은 호흡을 몇 차례 하면 두 사물의 장단점이 보이고 어떤 것이 제게 더 적합한 것인지 판단하기 쉬워져요.” 꼭 물건을 살 때뿐 아니라 생활 속에서 무엇을 판단할 때 깊은 호흡을 하고 나면 후회할 일이 적어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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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념을 버리고 자신감을 얻다
14개월 전까지만 해도 지독한 일벌레로 ‘잘 살자’가 신념이었던 전미정 씨(32세)의 현재 신념은 오늘 죽더라도 후회하지 않도록 ‘잘 죽자’이다. 직장에서 소통문제로 마음고생하여 소화가 안 돼 몸 고생도 많았던 미정 씨. 악기로 마음을 달래보고 운동으로 풀어보기도 했지만 뜻처럼 잘 되지 않았다고.

그러나 14개월 동안 호흡수련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게 되면서 소통 부재의 원인을 찾아냈다. 그녀의 ‘아집’이 주범이었다.

“원래 고집이 좀 센 편이라서 제가 정해놓은 틀이 생기면 절대 바꾸지 않았어요. 다른 사람들의 경험칙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그게 정답이라고 확신했고, 그래서 모든 것을 그 틀 안에 맞추려고 했으니 항상 대인관계의 트러블이 저를 따라다닌 거죠.

그런데 수련을 하고 나서는 예전에 미처 몰랐던 그런 제 모습을 자각할 수 있게 됐어요.” 그녀를 지독히도 괴롭히던 상습적인 체기도 사라졌고 자신의 몸 상태를 좀더 예민하게 체크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호흡수련으로 달라진 건 그것뿐이 아니다. 예전에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야”라며 지레 포기했던 것들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힘이 생겼고 나쁜 상황에서도 허우적거리지 않고 헤어나올 수 있는 힘이 생겼다.

“그냥 저절로 생겼어요.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라며 고민하거나 발버둥치지 않고 그냥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행동하게 돼요. 그러니까 업무를 진행할 때도 집중력이 높아지고 일하는 방식도 달라졌어요.”

자신의 판단을 믿고 행동할 수 있는 힘이 생기자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금방 보게 된다고. 숨을 제대로 쉬게 되면서 자신을 사랑하게 된 그녀는 그동안 잊고 지내던 꿈을 다시 찾게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을 깊은 애정을 갖고 바라보게 됐다.

“예전에는 사람들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요즘은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관찰하게 되고 어떻게 하면 그 사람들이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생각하게 돼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점점 주변에 모이더라고요. 요즘 회사에서도 인기가 많아졌답니다.”


시간과 장소구애 없이 상황에 맞춰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련이 바로 깊은 숨쉬기 같다는 미정 씨가 팁 하나를 알려준다. “처음엔 복식호흡이 잘 안 돼요. 그런데 103배를 하고 나면 복식호흡 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들어요. 나중에 배에도 힘이 좀 생기는 것 같고요.

아, 그리고 숨 쉴 땐 숨 쉬는 것에만 집중하세요. 예전에 화날 때는 너무 화가 나서 호흡을 깊게 하면서도 머리로는 자꾸 억울함, 분노의 감정을 떠올리니까 숨 쉬는 게 잘 안 됐는데 가슴 한가운데 빛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곳에 집중하면서 숨을 쉬자 금방 몸과 마음이 이완되더라고요.” 



스트레스를 조절하다

“회사원이면 항상 업무평가, 인사고과에 따른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잖아요. 그리고 12년 전만 해도 아내와 중학생 아이들 교육문제,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이견이 많았어요.” 안팎으로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2년 동안 약을 달고 살았을 정도로 위장병이 심했던 한성용 씨(53세).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축구, 농구, 탁구 등 운동도 열심히 했지만 한계에 부딪쳐 그만두고 결국 찾은 해결책이 호흡수련이었다.

“호흡수련을 하고 나니까 화가 치밀어 오르더라도 그 정도가 완만해졌어요. 그리고 2년 동안 달고 살았던 위장약도 호흡수련을 하고 나서는 한 번도 먹은 적이 없고, 만성알레르기성비염도 거의 없어질 정도로 좋아졌어요.”

그러나 눈에 띄게 달라진 건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그만의 방법이다. “스트레스가 오면 몸이 알아서 스트레스를 정화해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예전과 비슷한 양의 스트레스를 받아도 몸이 견디는 정도가 달라지니 업무능률도 눈에 띄게 좋아졌고, 특히 중요한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 도움을 많이 받아요.

너무 일에만 집중해도 능률이 잘 오르지 않고 창의적인 생각이 나지 않게 마련인데, 일을 하다가 문득 일에 너무 집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숨쉬기로 한 숨 고르고 시작해요. 그러고 나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힘든 줄 모르고 조금 더 수월하게 일할 수 있어요.”


한 씨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것은 그의 아내다. 그가 변하니 아내도 변했다. 서로 마음의 폭이 넓어져 상대의 다른 점을 잘 이해해 화내는 일이 없어졌다. 예전에는 예민해서 잠을 잘 이루지 못했지만 이젠 취침 전 30~40분 동안 스트레칭과 깊은호흡을 한 후 숙면을 취한다.


숨이란 게 삶의 과정과 닮아있는 것 같다는 한성용 씨에게 욕심이 있다면 어린아이들처럼 숨 쉬는 것이다. “아이들의 숨이야말로 제가 벤치마킹하고 싶은 숨의 모습이 아닐까 싶네요.”

자신의 내면을 만나는 가장 간단한 방법
슬프거나 화가 날 때 깊은 숨을 쉬고 나면 상황은 그대로인데 잠시나마 마음이 진정되는 것을 느낀다. 또한 깊은 숨으로 요동치던 감정이 고요해지면 요란한 감정 때문에 가려졌던 다른 기능들을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왜 그럴까?

우리가 평소 숨을 쉴 때 뇌파의 상태는 베타파인데 깊은 숨을 쉬면 알파파로 바뀐다. 명상할 때의 뇌파도 알파파의 상태가 되는데, 알파파의 상태가 되면 근육이 이완되고 잡념이 없어지며 머리가 맑아져 집중이 잘된다. 즉 심신이 매우 안정되는 상태에 이르게 되면서 스트레스가 감소되고 에너지가 충만해짐으로써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고할 수 있게 돼 창의력을 발현하기도 한다.

결국 깊은 호흡을 반복하는 동안 저절로 명상하는 효과를 보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명상은 우리가 가장 쉽고 간단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호흡을 인식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단월드 선릉센터 이수현 원장은 “몸과 마음은 서로 연결돼 있어요. 깊은 숨을 쉬면 처음에는 숨 쉬는 자신의 몸을 바라보다가 나중에는 자신에게 집중을 하면서 내면의 깊은 곳을 바라보게 됩니다”라며 숨을 쉰다는 것은 자신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행위라고 설명한다.

만약 인간이 어머니의 자궁에서 나와 탯줄이 잘렸을 때 숨을 깊게 내쉬던 그 호흡을 기억하고 실천해왔다면 지금 굳이 명상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성장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로 화기가 머리로 올라오고 냉기는 아래로 내려가 장이 굳어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복식호흡을 하기 어려워졌고 점점 더 얕은 숨으로 생명을 지탱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깊은 호흡으로 자신의 숨을 의식함으로써 자신을 바라보는 일일 것이다.

숨 쉬는 방법 하나 바꿨을 뿐인데
늘 가슴이 답답하다는 친구에게 복식호흡을 권했다. 초기에는 호흡이 어색해서 자꾸 끊기고 엉덩이와 허벅지 뒤쪽 근육에 힘이 들어가 하체가 뻐근하기도 했지만 한 달이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이나마 일상에서 소소한 변화를 느꼈다고 한다.

지하철에서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밀리기 일쑤였는데 뱃심이 생겨서인지 제법 중심을 잡고 서 있을 수 있게 됐고, 숨쉬기를 자각하면서 주변의 산만함에 반응하기보다는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늘었으며, 사람들과 부딪혔을 때도 좀더 너그러운 시선으로 다른 사람을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아직은 서서 하는 것보다 의자에 앉아서 배에 손을 올려놓고 호흡하는 것이 더 편한데 그 상태로 30분 정도 호흡에 집중하니 배가 따뜻해지고 소화가 잘 되는 것을 체험했다며 놀라워했다.


비록 이 친구는 “숨 쉬는 방법만 바꾸었을 뿐인데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사람들처럼 극적인 변화는 느끼지 못했겠지만, 숨이 단지 산소를 들이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뱉는 행위일 뿐 아니라 우리 생명의 원천이자 새로운 감각이 열리는 통로라는 것을 조금이나마 깨닫게 되지 않았을까.


tip 복식호흡을 좀더 쉽게 하려면

처음부터 아랫배를 등쪽으로 당기면서 숨을 길게 내쉰 후 자연스럽게 숨을 들이마시며 아랫배가 차오르는 복식호흡이 어렵다면 엎드린 자세로 하는 복식호흡부터 해보자. 엎드린 자세로 복식호흡을 하면 아랫배를 당겼다가 풀 때의 느낌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두 팔은 어깨 너비로 벌리고 무릎을 바닥에 닿게 하여 엎드린 자세를 취한다.
숨을 들이마셨다가 배를 천천히 등쪽으로 끌어당기면서 코로 숨을 길게 내쉰다.
끌어당긴 배를 툭  풀면서 내장이 밑으로 떨어지는 느낌과 동시에  저절로 공기가 코로 들어오는 것을 느낀다.
다시 배를 천천히 등쪽으로 끌어당기면서 코로 숨을 길게   내쉰다.
같은 방법으로 들숨과 날숨을 30회 정도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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